서로의 오해를 풀고 불화를 해결하고자 할 때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것 만큼 좋은 방법이 더 있으랴.
작년 아빠 생신 때 연남동에 위치한 Koike(이하 코이크)라는 케이크샵에서 생일케이크를 주문했던 적이 있었다. 아빠는 작고 소중한 케이크를 드시며 너무 맛있다고, 연신 감탄하셨었다. 지금은 모종의 이유로 가족끼리 살짝 삐져있고 자존심 세우고 있는 중이니, 이번 케이크 선물도 내 나름 화해의 방법이다.
4월 1일은 우리 가족 이삿날. 그렇게 전화로 대판 싸운 후 보러가는 엄빠의 얼굴. 민망해 죽겠다.
어쨌든 이사 전날인 3월 31일에 맞춰 예약을 넣었다.
예전엔 귀여운 디자인의 레터링케이크가 유행이더니, 요새는 은은한 유화 늑김의 페인팅 케이크가 좀 유행인 듯 싶다.
모네의 수련을 본딴 케이크들이 여기저기 인스타 피드에 난무하지만, 나의 예리한 킹리적 갓심 및 뇌피셜에 의하면 코이크가 최초로 페인팅 케이크를 선보이지 않았나 싶다. 코이크만이 가지고 있는 이 갬성은 이미 인간계의 레베루를 넘어 신의 경지에 이른 듯 하다. 그만큼 가격도 신의 경지에
코이크의 느낌은 대충 이러하다.
이 갬성 누가 어떻게 따라해..... 파스텔 색깔 쳐돌이 + 독특한거(especially 'THE one-and-only')에 환장하는 내가 어떻게 주문을 안할 수 있겠어.
게다가 '우리 딸이 이런 걸 샀어?' 에 뿌듯해하는 아빠와, 미각에 예민한 '대기업 빵집 케이크는 맛이 없더라' 주의자인 엄마. 거기다 요새 한창 먹스타에 빠진 중2 동생에게 선물하는거니까 괜찮겠지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수밖에! 통장 잔고 보며 눈물 머금은 채 그냥 입금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러다 엄마가 이거 얼마에 샀냐고 물어볼 떄 말 더듬거리면 그 자리에서 등짝 스매싱을 당해버리겠지. 그치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입금완료.
주문 가능 스케줄 및 옵션 디테일은 블로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디자인케이크 주문방법
내용이 많기는 하지만 첫 주문 이시라면 정독을 추천드려요 😊디자인케이크 예약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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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생신 때 주문했던 때엔 특유의 소심함이 발동해서 사장님께 디자인 관련 요청을 많이 못했었는데, 이번 두번째 주문 때는 간이 좀 커졌는지 아예 그냥 드로잉 스케치를 보내드렸다.
김포는 꽤나 북쪽이라 아직 벚꽃이 무르익지 않았으니 케이크에서라도 만개한 꽃구경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벚꽃을 컨셉으로 그려보았다.
그리고 가운데엔 우리 가족의 가훈인 '믿음 소망 사랑'을 뙇.
주문방법을 잘 숙지하고, 사장님께 충분히 소통하며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나의 경우 또한 디자인케이크 구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드로잉 스케치를 보낸 결과, 드로잉에 담은 케이크 배경 색감을 전부 사용할 경우에 금액을 추가해야 한다는 슬픈 답변을 받고 말았다... 또한 측면에 그려질 꽃잎은 임의로 하단에만 배치하는 것은 어렵다고도 해주셨다. 그 외에 이렇게 저렇게 안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서 넘 슬포... 어쨌든 결국 쇼부를 본 배경 색상은 총 세가지. (왼쪽 스케치 참조) 그리고 꽃잎이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사장님께서 최대한 내 의견을 반영해주시기로 하셨다.
'아니 별 거 아닌 부탁인데 왜 이걸 못해줘?' 라는 의문을 품게 되면 답이 없다. 이건 마치 진상 클라이언트가 계약한 디자인 업체한테 추가 금액 없이 옵션 더 껴서 해달라는 부탁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ㅎㅎㅎ
3.31 d-day
바라던 것 보단 꽃잎이 덜 흐드러지게 피어서 살짝 아쉬웠지만, 오히려 많으면 좀 너저분할 것 같기에 이걸로 충분히 만족.
색감은 바라던 그대로 뽑아주셨다! (꽃잎에 흰색이 조금 더 도드라졌다면 좋았을텐데 그 부분이 사아아ㅏㅇ아ㅏ아ㅏㄹ찍 아쉽.....)
그렇게 서먹했던 우리 가족은 이 케이크덕에 대동단결 되었고, 아빠는 또 한번 감격하겼으며 엄마는 다행이 가격을 물어보지 않으셨다. 만세!
다음 경조사는... 할아버지 생신....^^또 한 번 코이크 사장님과 딥토킹을 나눠보아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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