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교제도 묵상도 기도도 멀리했다. 슬럼프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과거 내 평생의 꿈이었던 직장에서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감히 섬김의 길을 걷겠노라고 하나님이랑 약속도 했는데, 게다가 자비량 준비로 한창 바쁠 때 그 공고를 봐버리니 애써 눌러왔던 욕심이 범람하여 마음의 댐이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사랑방을 급히 떠나 집으로 도피했지만 이미 약해진 마음 건강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집에서 보냈던 마지막 날 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최악이었다. 사역자의 길을 결사반대하셨음과 동시에, 아직 말씀드리지 못한 자비량 선교 계획도 매몰차게 반대하실 부모님을 향한 엄청난 두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해결되지 않는 재정 문제와 채용공고로 인해 너무도 쉽게 하나님과의 약속을 저버릴 결심까지 했었다. 난 너무 나약했고, 내가 직면해야 할 문제들은 거대했다. 그로 인해 깊은 자괴감에 빠지고 말았다.
이 모든 감정의 화살은 하나님을 향해있었다.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소리 없이 악을 쓰며 기도했다.
'도대체 저는 왜 이렇게 약해빠진 것이며, 이렇게 잘 쓰러지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시련을 왜 주십니까!'
역시 침묵의 하나님, 아무 대답 없으셨다. 그리고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한 채 나는 다시 사랑방으로 복귀했다.
그래도 우리 하나님, 내 기도 전부 듣고 계셨나 보다.
좋아하는 노래를 통해 부모님의 마음(특히 우리 엄마)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셨다. 그리고 요새 유행하는 묵상툰을 통해 예수님 사랑과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다시 경험할 수 있게 해주셨다.
고난주간 큐티를 하며 (나와는 차원이 다른.. 그니까 내 고난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고난의 짐을 가득 지고 매우 괴로워하신 인간 예수님의 상황을 상상해보았다. 나는 하나님을 원망했지만, 예수님은 결국 하나님 뜻대로 이뤄지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다. 예수님께선 내가 걷고 있는 광야의 길에서 어떻게 하나님께 기도하며 구할지 해답을 주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정서적으로 건강한 영성>을 읽고 찬양 한 곡을 들은 후 성경을 뒤적였다.
'뭐 좋은 말씀 없나요 주님?'
그리고 7-8년 전에 밑줄 그었던 말씀을 발견했다.

죽은 자의 부활도 그와 같으니 썩을 것으로 심고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욕된 것으로 심고 영광스러운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약한 것으로 심고 강한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고린도전서 15:42-43)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네가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이 쏘는 것은 죄요 죄의 권능은 율법이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
(고린도전서 15:55-58)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에 확신이 너무도 안 섰기에 채용공고를 보고 마음이 몹시도 흔들렸었다. 회사원의 신분으로도 선교하고 전도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정신승리 했었다. 동시에 여러 가지의 상황으로 인해 피폐해진 자신의 처지를 하나님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고린도전서의 말씀은 내 생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나님께선 내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사망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음으로써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 나는 승리자다!
그리고 매우 절묘한 타이밍에 라디오에서는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신다네> 찬양이 흘러나왔다.
엎드려서 엉엉 울었다. 아 역시 우리 주님 너무 완벽한 분이었지. 또 잊어버리고 있었네. 어차피 승리한 싸움이다.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고, 하나님 품으로 돌아갈 걸음을 옮길 수 있었으며, 내가 가는 길에 반드시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확신을 안고 담대히 이 광야를 개척해나갈 용기를 얻었다!
밤이 되니 다시 어둠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상황은 여전히 제자리인 탓인 걸까. 두려움이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말씀을 통한 확신은 오뚜기와도 같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인지라 매 순간 곧고 한결같은 믿음을 유지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통해 다시 새롭게 된다. 매일 죽어도 매일 다시 살 것임을 믿는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찬양합니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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